또 하나의 지구가 될 뻔했던 금성
이형목
금성 상공을 돌면서 활동한 마젤란 인공위성의 레이더 자료를 이용해 만들어낸 금성 표면 사진. 이 사진에 보인 것은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분화구를 가지고 있는 ‘시프 언덕’이란 곳이다. 시프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지역에 퍼져 있는 고대 신화에 나오는 여신 중 하나이다. 이 화산의 높이는 약 2000m이다. (사진 출처: http://www2.jpl.nasa.gov/magellan/images.html) .  

초저녁에 해가 지고 난 직후 아주 밝게 빛나는 별이 보일 때가 많다. 지금은 너무 일찍 져서 볼 수 있는 시간이 아주 짧아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는 보기 어렵다. 금성은 태양 방향에 아주 가깝기 때문에 초저녁이나 새벽에 보인다. 옛날 사람들은 초저녁에 보일 때는 개밥바라기, 새벽에 보일 때는 샛별이라고 불렀다.

이런 순수 우리말 이외에도 한자어로는 태백성, 장경성, 계명성 등 아주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별이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친근한 별이라는 뜻일 것이다.

사실 별을 아주 늦은 밤에 보는 사람은 전문적으로 하늘을 연구하는 사람이고 일반인들은 초저녁이나 새벽에 하늘을 볼 확률이 높다. 게다가 달과 태양을 제외하고는 가장 밝은 별이니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금성이 초저녁에 밝게 보일 무렵이면 많은 질문을 받게 된다. 해가 뜬 직후에 보이다 보니 대개는 산꼭대기에 걸려 있거나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기 일쑤이다. 그래서 혹시 UFO가 아닐까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고 이들이 궁금증을 참지 못해 방송국, 학교, 연구소 등으로 전화를 하는 것이다.

금성은 달 다음으로 지구와 가까운 천체이다. 거리만 가까운 것이 아니고 질량, 크기, 성분 등에서도 아주 지구와 흡사한 천체이기 때문에 쌍둥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여러가지 환경이 매우 비슷하기는 하지만 금성 표면의 현재 상태는 지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하다.

대기 온도는 섭씨 460도 정도이고 대기압은 지구의 약 92배 정도로 아주 높다. 이런 조건을 가진 금성에서 생명체가 살아가는 것은 전혀 불가능해 보인다. 금성과 지구가 태어나던 당시에는 조건이 비슷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다른 환경으로 변해간 것이다.

금성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항상 지목되는 온실효과가 극단적으로 나타난 경우에 속한다. 날씨는 춥지만 햇볕이 강한 겨울날 온실 안에 있으면 훨씬 따뜻하다.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 에너지는 온실을 덮고 있는 비닐이나 유리를 자유롭게 통과하지만 온실 안에서 나오는 적외선 에너지는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온실 안이 따뜻해지는 현상을 온실효과라 부른다.

우리 지구 대기에도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가 많아질수록 온도가 차츰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 지구 과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사실 온실효과는 지구를 현재의 상태로 만들어주게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지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이미 약간의 이산화탄소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생명체가 탄생하고 번성하기 좋은 상태로 유지된 것이다.

오늘날 문제가 되는 것은 인간활동에 의해 온실가스의 양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지구 전체가 조금씩 따뜻해진다는 사실이다. 

금성과 지구가 서로 다른 환경으로 진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태양으로부터 거리의 차이이다. 태양에서 금성까지의 거리는 지구까지의 거리의 0.72배이다. 일반적으로 행성의 표면 온도는 거리가 가까울수록 높아서 금성의 경우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바다를 형성하지 못하고 많은 양의 수증기가 대기중에 떠다니는 상황이 유지되었다.

지구나 금성에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있었는데, 지구의 경우에는 바닷물에 녹아들어가 대기에 남아 있는 양이 극히 적은 반면 금성에서는 대기중에 퍼져 있어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역할을 하였다.

결국 금성은 점점 온도가 올라가 현재와 같은 상태가 되었고 지구는 적절한 정도의 온실효과에 힘입어 생명체가 번성하기 좋은 환경을 유지한 것이다. 만약 금성 궤도가 조금만 더 컸다면 금성에서도 생명체가 살 수 있었을지 모른다. 지구의 바다에 녹이 있던 이산화탄소는 석회석등 고형 상태로 변했고 대기에 있던 것은 식물이 흡수해 나중에 석탄과 석유가 되었다.

지금 금성의 대기는 아주 두터운 구름이 덮고 있어 표면을 직접 볼 수 없다. 그러나 금성 상공을 선회하면서 레이더를 이용해 표면 지형을 자세히 관측한 인공위성들 덕분에 우리는 자세한 지형도를 가지고 있다. 또 1970년대에는 소련이 보낸 인공위성이 금성에 직접 착륙해 사진을 촬영하고 표면 물질을 분석한 바 있다. 그림은 마젤란이라는 인공위성의 데이터를 이용해 재구성한 금성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이형목(서울대 자연과학대학 물리·천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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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10/14 [22:50]  최종편집: ⓒ 안성신문
 
느금뫄 22/05/08 [22:36]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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