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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힘든 일? 내겐 세상 행복한 일!
조민훈 안성시자율방범대연합회 사무국장
 
안성신문   기사입력  2021/09/03 [14:02]

 

▲  조민훈 안성시자율방범대연합회 사무국장

 8년 전, 친구들과 동네를 지키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자율방범대 활동을 시 작했다. 스물 둘에 시작한 활동을 어느 덧 불혹이 된 지금까지 하고 있으니, 내 삶을 돌아보면 인생의 반을 자율방범대와 함께 한 것이다. 자율방범대는 지역주민들이 자율적으로 모여서 범죄예방 활동을 목적으로 관내 취약지역을 순찰하고 지역행사시 질서유지와 경찰 협조사항보조 등의 역할을 담당하는 봉사단체다.

 

자율방범대원들은 직장을 마치고 오후 늦은 시간에 조를 짜서 한 두시간정도 도보 및 차량순찰을 한다. 순찰과정에서 청소년 선도, 주취자 귀가, 범죄 예방·신고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이때 사용하는 안전 장비의 일부는 대원들 스스로 구매해 사용하며 민간인 신분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방어행위만 가능하다. 부득이 몸싸움이 있을 때에는 공익의 목적임에도 불구하고 불리한 처지가 될 수 있다.

 

방범대 활동이 야간에 집중되다 보니 주취자들의 다툼과 범죄에 관련된 일을 많이 접하게 된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던 일들이 꽤 있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사건을 소개하고자 한다. 언젠가 방범 순찰을 수행하던 중 싸움이 났다는 지역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일이 있었다. 현장에 가보니 외국인 이주노동자끼리 패를 갈라 싸움을 하고 있었다. 나를 포함한 건장한 대원 5명이 달려들어 말리는데도 술병을 집어던지고 자기들끼리 계속 싸우는데 물리적인 수단을 쓸 수 없다보니 도무지 제압할 방법이 없었다. 잠깐이었지만 이리저리 날아오는 주먹을 피하고 던지는 물건을 피하다 보니 혼이 빠질 지경이었다. 다행히 파출소 직원들이 신속히 출동해서 잘 마무리 되었지만 나중에 보니 우리 방범대 순찰차는 술병에 맞아 찌그러져 있었다.

 

또 한 번은 이웃한 면의 한 회사에서 외국인 근로자 2명이 크게 다투다 한명이 식당에서 칼을 들고 와 상대를 찌른 후 도주한 일이 있었다. 강력사건이다 보니 경찰이 협조를 요청해 동부권을 순찰 중이던 모든 방범순찰차가 총 동원이 되어 찾아다녔다. 빨리 찾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흉기를 갖고 도주한 사람을 발견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긴장했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이렇듯 자율방범대의 활동은 특별한 권리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책임을 질 일이 많고 위험이 따르는 극한의 봉사활동이다.

 

누군가는 왜 그 힘든 일을 하냐?’고 하지만 늦은 시간 하교하는 중·고등학생들을 집에 데려다 주고 느끼는 안도감, 귀가를 도와드린 어르신께서 집안을 뒤져 먹을 것을 챙겨주실 때 느끼는 따뜻함, 정기적인 지역 순찰로 주민들의 불안감해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때 느끼는 자부심을 경험해봤다면 결코 방범대 활동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나름의 보람과 긍지를 갖고 내 고향 죽산면의 자율방범대 활동을 하던 중 2018년부터 안성시자율방범대연합회사무국장을 맡게 됐다. 안성에는 14(삼죽지대, 일죽지대, 죽산지대, 보개지대, 서운지대, 금광지대, 미양지대, 고삼지대, 양성지대, 원곡지대, 석정지대, 창전지대, 공도지대, 대덕지대)의 자율방범대 지대가 있고 약 400여명의 대원이 활동 중이다.

 

연합회 사무를 맡아 보니 방범대활동의 열악한 환경이 눈에 들어 왔다. 우선 재정문제의 해결이 시급했다. 각 읍면동 지대별로 지원은 있으나 실비보전금으로 지급되다보니 실제 운영에 필요한 재정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부족한 재정은 소속대원들의 회비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 한번 씩 터져 나오는 대원들의 볼멘소리에 미안하기만 했다.

 

이렇듯 열악한 활동환경에 대한 개선을 고민하고 있던 지난 4, 시의회에서 안성시 주민자율방범대 지원에 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예고했다. 안성시 자율방범대 14개 지대장과 연합회 임원들이 긴급회의를 열고 개정조례안을 살펴보니 자율방범대의 기본성격인 자율성을 배제한 조항들이 신설되어 있었다. 이는 자율방범대의 활동을 제한하고 통제하여 시청과 경찰서의 산하단체화하려는 내용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았다. 이에 연합회의 이름으로 시의회에 반대의견서를 보냈고 발의에 참여했던 시의원들이 수용해 조례안은 폐기되었다. 비록 상정은 되지 않았지만 자율방범대를 얼마 되지 않는 지원금으로 통제하려하는 시도에 분노와 배신감이 들었다.

 

나를 비롯한 자율방범대원들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오로지 동네주민에게 봉사하기 위해서라는 정서적 이유에 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건 우리지역사회의 안전과 행복이다. 나는 언제나 안성의 자율방범대의 일원으로 최선을 다해 봉사할 것이다. 그리고 하루빨리 제도가 정비되어 소신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지역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자율방범대 대원들에게 좋은 여건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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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9/03 [14:02]   ⓒ 안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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