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라서 귀담아 듣지 않는 이 세상을 난 비판한다
박상연 기자
▲ 경기도농아인협회 안성시지회장 길경희


봄이 찾아 올 때마다 봄 자체 그대로 만끽하고 싶은 기분 좋은 나날들을 꿈꿔 보지만 안성에 거주하시는 농인
(청각장애인) 어르신들은 아직도 겨울이라는 현실 속 계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너무 가슴이 아프다.


나는
13년 동안 안성시수어통역센터에서 청각장애인통역사로 근무하다가 작년에 경기도농아인협회 안성시지회장으로 당선이 되었다. 내가 지회장이 되고자 했던 여러 가지 이유 중에 하나가 농아노인쉼터 설립이였다. 그래서 13년 넘게 안성시청에 지속적으로 농아노인쉼터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수렴되지 않고 있기에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다.

   

듣지 못하기에 말도 못하는 농인 어르신들은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해 문맹인 어르신들이 대다수다.

농촌에 사시는 분들이 많아 학교에 가보지도 못하고 어린 나이에 농사일을 시작했으며 수어(수화), 한글도 배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평생 의사소통의 부재로 청인들과의 오해 속에서 상처를 받으며 살았다.

 

비장애인들은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결코 알 길이 없다. 그래서 농아노인쉼터가 필요하다고 하면 노인복지관이나 노인정을 이용하라고 한다. 하지만 수어도 모르고, 한글도 모르는 농인 어르신들이 오해 없이 청인 어르신들과 함께 지낸다는 건 불가능했다.

농문화를 모르는 청인들과의 어울림은 다른 젊은 농인들도 힘겨운 싸움이기 일쑤인데 농인 어르신들은 그 벽이 몇 배로 더 크게 다가온다.

들리지도 않는 텔레비전을, 이해가 되지 않는 영상을 무표정으로 멍하니 보고 있는 농인 어르신들의 시간은 결코 시간의 주인이 될 수 없는 무미건조한 삶 그 자체다.

 

소수라서 귀담아 듣지 않는 이 세상을 난 비판하고자 한다. 비난이 아닌 비판으로 그들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싶다.

평생 주변에 사람들이 있어도 무인도에서 사는 것처럼 대화가 단절된 삶에서 벗어나 이제는 삶의 즐거움과 건강한 삶,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 드리고 싶다.

수어통역사와 청각장애인통역사가 있고, 언어가 통하고, 농문화를 아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곳.

농아노인쉼터에서 농인 어르신들의 자유로운 날개 짓을 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언어가 통하지 않는 세상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단하고 힘든 인생의 여정인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주길 소망한다.

      

경기도농아인협회 안성시지회장 길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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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3/30 [13:48]  최종편집: ⓒ 안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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